세계에는 그 나라 고유의 음식 문화가 있으며, 외국인에게는 도전 과제로 여겨지는 이색 음식들이 존재합니다.
필리핀의 발롯(Balut)은 대표적인 예로, 전 세계 여행자들 사이에서 ‘한 번쯤 용기 내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회자됩니다. 생소하고 충격적인 외양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많지만, 필리핀 현지인들에게 발롯은 간식이자 길거리 별미, 그리고 정력 음식으로 사랑받는 존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발롯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먹는지,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현지인과 외국인의 반응은 어떻게 다른지를 중심으로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1. 발롯이란 무엇인가?
발롯은 부화 직전의 오리 알을 삶아 먹는 음식입니다. 일반적으로 17~21일가량 된 수정란을 사용하며, 이미 오리의 형태가 일부 잡혀 있는 상태에서 삶아지기 때문에, 깜짝 놀라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알을 깨면 안에는 노른자, 반쯤 형성된 오리 새끼, 그리고 맑은 국물 형태의 액체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발롯을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길거리 간식이자 건강식품, 술안주로 즐깁니다. 특히 밤 시간이 되면 "발롯발롯"이라는 외침과 함께 이동식 노점상이 발롯을 판매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2. 발롯의 먹는 방법과 맛
처음 발롯을 먹는 사람이라면 그 먹는 방식부터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일반적인 발롯 섭취 방법입니다.
- 윗부분의 껍질을 조심스레 깬 후, 안에 있는 맑은 국물을 먼저 마십니다. 이 국물은 닭 육수처럼 진하고 짭조름한 맛이 나며, 발롯의 진한 풍미를 처음 경험하는 단계입니다.
- 그 다음 껍질을 벗기고 노른자와 오리 배아를 먹습니다. 대부분의 현지인은 여기에 소금, 식초, 칠리, 혹은 다진 마늘을 곁들여 먹습니다.
- 일부 사람들은 뼈나 깃털이 형성된 부위는 피하거나 남기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식감과 진한 맛이 발롯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맛은 진한 닭 육수와 고소한 노른자 맛이 어우러진 느낌이며, 일부는 내장 특유의 감칠맛과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3. 발롯의 역사와 대중성
발롯은 단지 필리핀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서도 유사한 음식이 존재하지만, 필리핀에서는 특히나 대중적인 간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음식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 이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정력제’, ‘피로 회복식’, ‘빈혈 예방’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단백질과 칼슘, 철분이 풍부하여 건강식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현지 시장이나 거리에서는 1개에 약 1525페소(한화 4007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특별한 준비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쉽게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 대중성의 비결입니다.
4. 현지인의 반응과 애정
필리핀 사람들은 발롯에 대해 전통적이고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으로 인식합니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먹었던 기억, 해질 무렵 친구들과 노점에서 발롯을 나눠 먹었던 추억은 이 음식이 단순한 간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술자리에서의 ‘안주 문화로도 각광받고 있으며, 특히 맥주와 함께 곁들이면 입안에서 진한 감칠맛이 배가됩니다. 일부는 "발롯을 먹지 않으면 필리핀을 경험했다고 할 수 없다"는 농담을 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5. 외국인의 반응: 도전과 용기
발롯은 필리핀 여행자 사이에서 시식 도전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 외형 때문에 주저하지만, 현지인의 권유나 유튜브 콘텐츠,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호기심을 가지게 됩니다.
유명 유튜버나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발롯 먹방이 소개되며, 먹는 도중 당황하거나 깜짝 놀라는 리액션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기도 합니다. 일부는 먹고 나서 그 고소하고 진한 맛에 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오리 배아를 보는 순간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독특한 반응조차 발롯을 필리핀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음식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발롯은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필리핀 사람들의 일상, 추억, 자부심이 담긴 문화의 일부입니다. 외형만으로 판단하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오랜 전통과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외국인에게는 도전의 상징, 필리핀인에게는 소울푸드인 발롯. 이 두 관점이 공존하는 음식은 많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필리핀을 여행하거나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어 발롯 한 알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한 입이 당신의 여행을 더 풍부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